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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미지의 공포'

“이상 기후로 경기 북부에 서식하던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남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 기후로 경기 북부에 서식하던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남하했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남부까지
​침투한 말라리아

안산의 A 보건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라리아 감염자가 나타났다. 아주 가끔, 경기북부 지역에서 군복무하다 휴가 나온 군인들 중에 감염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경기 남부 지역인 안산에서 군인이 아닌 말라리아 감염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이 감염자는 경기 북부와도 관련성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A 보건소는 집요하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감염자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인천에 캠핑을 다녀온 적이 있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것으로 ‘일단’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뒷맛은 개운하지 못했다. 감염자가 안산에 서식하는 모기에 물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찝찝함의 이유를 두고, A 보건소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기후’를 언급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안산 뿐 아니라 경기 중남부지역 상당수가 이제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경기도 내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을 기존 7개 시군(고양, 김포, 동두천, 연천, 의정부, 파주, 포천)에서 12개 시군(가평, 광명, 광주, 구리, 남양주, 부천, 시흥, 안산, 양주, 양평, 하남, 화성)으로 추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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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에 출몰한 해파리,

더워진 경기바다에 살수도 있다?

김경연 국수원 해파리 모니터링 연구사는 아직까지 경기 바다의 보름달물해파리의 경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고 있을 순 없다. 왜냐면 보름달물해파리는 8~28℃의 표층 수온에서 서식하는 개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선 표층 수온이 30℃가 넘어가거나 영하 2℃가 기록되는 바다에서도 살아있는 것이 관측돼왔기 때문이다.

서해의 연평균 수온 기록을 살펴보면 평균 온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1970년 13.8℃를 기록하던 수온은 1990년 14.6℃로 올랐고, 2010년 15.5℃에 이어 2023년엔 16.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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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보다 더운 한국

경기도 생태계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더위는 지금 바로 이순간, 일상에서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경기도는 7월 24일 31개 시군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이래로 한 달이 넘게 해제되지 않고 있다. 일 최고 기온이 33℃가 넘는 날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폭염일수는 23일 기준 ‘17.3일’로 지난해 14.2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온열질환자의 수도 폭염일수와 비례해 급증한다. 22일 기준 경기도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652명으로, 지난 1년간의 경기도 전체 온열질환자 수 683명에 근접했고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 들어선 18일 동안 최소 13명 이상의 두 자릿수대 온열질환자가 줄곧 발생했다.

그런데 폭염 속 온열환자는 단순히 기온이 ‘높아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습도’의 습격이다.

평택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의 원석유씨는 올 여름 평택날씨를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는 덥지만 습도가 낮고 바람도 좀 선선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정말 그냥 덥기만 해서 힘들어요.”

지구온난화를 듣고,

북극과 남극에서 녹아 떠내려가는

빙하만 떠올렸다면 정말 오산이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경기도온난화다.

경기도는 이미 뜨거워지고 있고,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당신에게 닥친 현실이다.

동남아에 살던 사람도 ‘한국 더위’ 백기들었다

동남아 사람인 원씨는 습도를 꼬집었다. “(제가 느낄 때) 2년 전부터 여름철 습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전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인데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2~3년전쯤 에어컨을 구매했어요.”

경기도 온열질환자 급증

7월 22일 기준 경기도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652명으로, 지난 1년간의 경기도 전체 온열질환자 수 683명에 근접했고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상대습도가 폭염 체감 올리는 범인

폭염 속 온열환자는 단순히 기온이 ‘높아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습도’의 습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도의 상대습도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기도에 관측소가 있는 5개 지역(동두천, 수원, 양평, 이천, 파주)의 7월 평균 상대습도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81.4→83.4→86.4→87을 기록했다.

뜨거운 지구,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 미래기후

2081년

2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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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재난 위험성
1차 산업의 '잿빛 미래'

파주시 적성면의 한 축사에서 만난 한지훈(가명)씨 목소리에 허탈함이 가득했다. “자연이 벌인 일인데, 어쩔 수가 있나.” 한씨의 축사가 위치한 파주시 적성면은 지난달 17일 새벽 7시 시간당 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 시각, 파주시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었다. 시청에서 한시간 동안 관측한 강수량은 4mm 정도였지만, 당시 진동면의 시간당 강수량은 66mm, 파평면 82.5mm, 장단면은 90mm가 기록됐다. 임진강 근처 기상청 측정기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도 나왔다. 말그대로 ‘재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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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막막한 농가

​통계가 증명한 기후위기

지난 5년(2019~2023년)간 폭염으로 피해를 본 경기도 농가에 지급한 보상액은 평균 100억7천600만원에 달했다.

​밥상물가도 위협

예측이 불가능한 이상기후는 밥상물가도 위협한다. 온난화로 인해 때에 맞지 않는 일시적인 더위와 추위가 반복되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농산물 생산량과 재배적지가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이다.

C

00년생이
말했다
살고 싶다고

Climate Crisis

우리가 먹고 살만 하다 싶어졌을 무렵부터 생각해보면 학교 수업시간에 종종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등이 학습의 주제로 다뤄졌다. 스물네살, 2000년생인 한여빈씨의 기억도 그렇다.  “학교 다닐때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교육을 매번 들었던 기억이 나요. 북극곰이 빙하 위에 떠 있고 동물들이 죽어가는, 그런 문제들로.” 익숙하고 낯익은 지구 온난화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북극곰의 위기였을 뿐이다.

“요즘 부쩍 많아진 벌레들을 보면 기후위기가 일상 속 내 문제로 느껴져요. 벌레들 가만히 보시면, 어렸을 때 보던 그런 곤충들이 아니에요. 저희 단체에서 매년 7월 셋째주 주말에 기후페스티벌을 여는데, 날씨가 매번 너무 달라요. 작년엔 너무 더웠는데 올해는 폭우가 내렸어요. 기후 문제가 나의 문제인거죠.” “기후위기는 소행성 충돌처럼 한번에 날아와 죽는게 아니라, 서서히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마치 청주 오송지하차도 사고처럼 언제 어디서 내 문제로 닥쳐올 지 모르는 불안감과 함께..”

사실은 모두 무서운 거다.

언젠가는 닥칠 그 불행이. 

그래서 여빈씨와 친구들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한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다.

“요즘 부쩍 많아진 벌레들을 보면

기후위기가 일상 속 내 문제로

느껴져요. 벌레들 가만히 보시면,

어렸을 때 보던 그런 곤충들이

아니에요. 저희 단체에서 매년

7월 셋째주 주말에 기후페스티벌을

여는데, 날씨가 매번 너무 달라요. 

작년엔 너무 더웠는데 

해는 폭우가 내렸어요.

기후 문제가 나의 문제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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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빈
대학생
기후행동
경기대표

텀블러 챙기고 플로깅 나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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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곳의 날씨가 흉흉하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실제 우리동네 여름

‘기후괴담’의 실체를 쫓았다.

기자들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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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

승리 위한 단 한가지
‘저탄소’

기상청은 기후정보포털을 통해 ‘기후변화상황지도’를 지역별로 제공한다. 기후변화상황지도는 기후변화국제협의체(IPCC)의 시나리오를 이미지화한 자료다. 재밌는 건 이대로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즉 고탄소 대기가 계속될 때와 탄소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했을 때, 즉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을 노력할 때 달라지는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시나리오를 가상의 인물, 2024년에 경기도에서 태어난 한지은씨의 57번째 여름을 가정해봤다.

​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

4월부터 시작된 여름, 끝이 안보인다

2081년, 2024년생 경기도민 한지은씨의 57번째 여름. 지은씨에게 여름은 날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여름더위라는 말보다 지은씨에게 ‘폭염’이 더 익숙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여름마다 찾아오는 ‘재난’이었고 나이가 들수록 ‘재앙’ 수준이 되고 있다. 여름은 점차 길어지더니, 이제는 일년 중 절반(181일)에 이르렀다. 여름의 시작도 4월로 앞당겨졌다. 재난 수준의 더위는 10월 말까지 이어졌다.

말 그대로 더위는 삶을 옥죄고 있다. 일 최고기온이 43.4도를 기록하는 것도 예삿일이 됐다. 지은씨의 57번째 여름내내 ‘역대 최장 폭염일수’ 기록은 갱신돼왔을 만큼 진절머리가 난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도 대재앙이 돼버린 기후 앞에서 지은씨는 한없이 무력함을 느낀다.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현상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

57년 뒤 경기도에
닥칠 '현실'

지은씨가 겪은 이상기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내리는 최대 비의 양(206.5mm)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경기도의 연평균 기온은 17.6도를 기록해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됐다.

겨울은 따뜻해졌다. 10년 전쯤부터였을까. 겨울에도 얼음이 얼지 않는다. 지은씨가 태어났던 해와 비교하면 겨울은 절반 가까이, 가을은 열흘 정도 짧아졌다. 겨울이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기상청 기후변화상황지도 고탄소를 기반으로 가상 시나리오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이르면 57년 뒤 경기도민에게 닥칠 ‘현실’이기도 하다. 더이상 기후위기는 SF 영화가 아니다. 논픽션이 됐다.

기후위기,
지금이 승부처

눈감고 귀닫으며 무시하고 싶어도 지구온난화는 이제 ‘경기도온난화’다. 매년 여름을 겪어낼 때마다,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화상을 염려할 만큼 여름 한낮의 태양이 두렵고, 소나기가 더이상 여름의 낭만이 아니라 공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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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OLL

#ADAPTABLE

#PSYCHIC

서서히 퍼지는
'​기후우울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3월 ‘한국인의 기후불안 수준 및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구원은 전국 만 19~65세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기후불안 척도를 조사했다. 

우을 장애의 원인 될 수도

예측할 수 없이 변하고 있는 기후 앞에 한없는 무기력감과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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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불안 척도

평균 결과값은 5점 만점에 ‘1.9점’. 지난해 발표된 기후불안 평균 점수 ‘1.49점’보다 상승했다.

기후불안 수준 젊을수록 높게 나와

기후불안 점수는 젊은 연령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19~29세는 평균 2.02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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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폭우

​악몽의 그날

​평택 세교지하차도

침수의 날

경기도, 기후변화 위험도 '세계 66위'

호주 기후분석 전문기업 '크로스디펜던시이니셔티브(XDI)'는 세계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그로 인한 위험도를 분석한다. 올해 3월, XDI는 2050년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와 물리적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큰 지역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경기도'가 66위를 기록했다. 전세계 2천639개 지역을 대상으로 홍수·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지역 건물 등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 정도를 수치화해 위험지역 순위를 매긴 것인데, 세계 유수의 위험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특히 한국에선 100위권 안에 들어간 '유일'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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